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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 Writer: Mimi Son
    Mimi Son
  • 11 minutes ago
  • 3 min read

주인공 요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심한, 아니 병적으로 이 세상을 버거워하는 사람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과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으나 가벼운 한 숨에도 날아갈 듯한 심약한 정신을 소유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그는 ‘익살’이라는 장치로 자신을 위장하며 살아간다.


그에게는 세상의 여러 규범, 관습, 다름이 너무 힘들다.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힘든 사람이다.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냥저냥 산다. 삶을 이해하고 체득하기 보다는 그냥 방관하고 엮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철저히 위장한다. 익살의 가면을 쓰고. 가볍고 또 가볍게.


속물 같은 사람들에게 치를 떨지만, 그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일에 무책임하고, 여자를 이용해서 삶을 영위하고, 돈을 더렵게 여기면서도 돈없이는 살지 못한다. 방탕한 생활을 하기 위한 돈은 모두 주변의 여자에게서 충당된다. 술에 쩔어 세상을 욕하다가도 술이 깨면 다시 초라한 남자가 된다. 한마디로 답이 없는 자이다. 지지리 궁상이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요시코와 결혼을 한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하나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 호리키와 집 옥상에서 술을 마시다 아랫방에서 아내 요시코가 거래상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그 순간 조차도 그는 뛰어들어 성폭행범을 죽일듯 팬다거나, 아내를 구해낸다거나 하지 않고 외면한다. 정말 인간 실격이다. 그는 세상이 요구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정말 죽어도 그것을 하지 못할 뿐이다. 노력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할 수 없을 뿐이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커다란 절망과 자책으로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된다.


인간 실격 요조.

하지만, 그의 후짐, 나약함, 느슨함, 초조함, 세상을 향한 비뚤어진 사랑과 지성.. 그 안에 내가 있다. 참을 수 없이 바보 같은 요조는 나이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다. 죽음 같은 비극으로 거침 없이 돌진하는 그를 보며 묘한 안도와 위로를 받았다. 마치 요조가 내 대신 세상을 향해 미친 소리를 지르는 것 같고, 내가 하지 못하는 추잡함과 졸렬함을 대신 연기해주는거 같다.


원래 우리는 어쩌면 미세한 숨결에도 흔들리는 깃털 같은 존재였을지 모른다. 그래도 좋았을 세상을 튼튼한 종자만 살아 남도록 설계한 후 연악한 것을은 스스로 소멸되도록 누군가 꾸며놨을지 모른다.


세상.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깐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 만큼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스럽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p96)
저는 점차 세상을 조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중략)도시락 통에 먹다 남긴 밥알 세 알. 천만 명이 하루에 세 알씩만 남겨도 쌀 몇 섬이 없어지는 셈이라든가 혹은 천만 명이 하루에 휴지 한 장 절약하기를 실천하면 펄프가 얼마만큼 절약된다는 따위의 ‘과학적 통계’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위협을 느꼈는지. 밥알 한 알 남길 때마다 또 코플 풀 때마다 산더미 같은 쌀과 산더미 같은 펄프를 낭비하는 듯한 착각 때문에 얼마나 괴로워하고 큰 죄를 짓는 것처럼 어두운 마음을 가져야만 했는지.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과학의 거짓’, ‘통계의 거짓’, ‘수학의 거짓’ 입니다.

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감당하지 못한 요조는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가족에 의해 정신병동에 감금되었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향의 어느 작은 마을로 보내어지며 한 늙은 식모가 그를 돌본다.

수면제를 한 움큼 집어 먹고 잠들려 했으나 잠은 오지 않고 설사만 내리한 요조는 결국 그것이 식모가 잘못 사온 헤모노틴이란 설사약임을 알고 실소를 짓는다. 끝까지 인생은 코미디 같고 그를 비웃는듯 하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 뿐입니다.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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